지난해는 인터넷 포털사업자에겐 시련기였다. 신문, 방송이 포털사업자를 상대로 서비스의 윤리성, 비즈니스의 독점성을 문제삼으며 연일 직격탄을 날렸고, 마침내는 정치권에서 다양한 포털 규제법안 입법화의 시동을 거는 데까지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임원들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야 했고 검색서비스 사업자법 등 국회에 계류중인 십여개의 규제장치들은 오늘도 시한폭탄처럼 잠복하고 있다.
진보적인 집권세력과 인터넷 포털이 끈끈한(?) 관계라는 정치적 견해로부터 출발한 대포털 비판론도득세했다. 특히 탄핵정국 등을 거치면서 포털뉴스 편집의 편파의혹 논란이 거세졌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권력이동이 이뤄짐에 따라 포털의 보수화 의혹으로 반전됐다. 새 정부 출범은 포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위치를 바꾸면서 또다른 전선을 만든 것이다.
대포털 정치공방이 격해지는 동안 실제로 포털사이트를 이탈하는 기류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1년간 콘텐츠 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포털 연합전선은 대표적이다. 언론사들의 경우 표준 가이드라인을 지키라며 포털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CP의 이익을 보전해주는 명분으로 아웃링크 서비스가 도입되는 등 포털 서비스의 점진적 개선도 이뤄졌다.
그러나 개방형이 아닌 폐쇄적인 국내 포털 서비스는 그 어느 때보다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 모았다.포털이 아닌 전문 검색 사이트도 생겼다.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 확대는 포털 종속형 블로그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사건’이었다. 집단지성이 포털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대하고 소통하는 트렌드가 전개된 것이다.
더구나 포털 서비스에 대한 의문과 반론이 잇따라 제기됐다. 네이버 지식iN서비스는 콘텐츠의 질과 양에 있어 심각한 비관론이 대두됐다. 쓰레기 정보가 넘치는 반면 양질의 정보는 사라졌다는 비평이 그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블로거 기자단은 뉴스편집과 선정에 있어 조작과 왜곡 가능성이 비등했다.
최종 목적지로서의 포털이 아니라 경유지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포털 비즈니스가 인터넷 생태계에서 점유한 비중이 확고해지는 한 켠에서 똬리를 튼 대포털 비판론은 어느새 포털이 정점에 이른 뒤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담화로 이어졌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주요 포털 사업자의 주가는 눈에 띄게 고전했고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2월한 때 NHN의 주가는 19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국내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지난해 3분기 이후 주가의 하락세를 되돌리지 못했다.
물론 NHN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MS의 야후 인수제안 등 해외 포털들의 M&A 기류에도 아랑곳 않는 국내 포털 사업자의 지위를 표상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포털 규제장치 도입의 향배에 따라 자체 성장의 재료가 바닥난 포털이 무너질 것으로 보는 전망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문법, 검색서비스사업자법 등 만만찮은 타율규제의 암초들이 2008년에도 포털의 앞길에 가로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을 철저한 기업규제의 측면에서 다뤄서 포털 서비스 부작용 더 나아가 포털의 힘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최근까지도 정치사회적 집중포화로부터 살아남았고 앞으로 다가올 여러가지 타율규제로부터의 안전도 가정할 수 있는 포털의 힘은 따로 있어서이다.
포털은 이미 21세기 신인류의 삶의 패러다임에 완전히 뿌리 내린 가족과 같은 존재감을 갖고 있다. 포털 검색, 이메일, 커뮤니티 등 다양한 서비스야말로 신인류의 동선과 인식을 장악한 거대한 메트릭스(Matrix)로 볼 수 있다. 모바일, IPTV로 이식되는 등 아메바처럼 분열하는 포털의 힘은 더욱 위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포털 와해론과 건재론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포털의 현재와 미래를 공공적인 역할로 상정하려는 이들의 고민과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국가기구의 포털 통제를 허용할 경우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본원적인 부작용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통제의 적정선을 찾는 지점에서 혁신을 통해 변신하는 포털이 찾아낸 새로운 출구는 나타날 것이고, 우리는 그때 다시 전망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NHN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70%가 넘는 시장 지배적 위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주가에 단기 영향은 받겠지만, 장기적인 파급력은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NHN은 이번 조치의 상징적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