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길에 놓여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한국경제를 원상회복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집권 기간 절반을 경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 리더십 이미지 하나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처지에서는 경제를 놓치면 모든 것을 실패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역으로 해석하면 경제 이외의 것에는 대중이 무관심해져 상대적으로 행동이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상황인식을 기초로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경제영역을 뺀 나머지 국정과제는 초반부터 얼마든지 밀어부치기할 수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IMF 체제를 넘어서는데 전력하다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을 실기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해체에는 일정하게 성공했으나 이른바 조중동 패러다임에 갇혀 개혁입법을 역시 마무리하지 못했음을 상기할 때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권 초부터 준비한 미디어 관계법 개정의 경우 방송, 인터넷, 신문 '장악의지'를 드러냈다는 야당, 언론단체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나 정부측의 관철 의지가 워낙 완강하다.
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논의, 과거사위원회 정비추진방안, 4대강 정비사업 추진도 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지만 주요 의제로 실행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대화와 소통이 부족해 시민사회가 '촛불'을 다시 들고 나올 시한폭탄들이 계속 장착되고 있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중적 관심은 정치영역에 고정되지 않는다. 인터넷 여론은 이명박 정부에게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집권 이후 이뤄진 각급 선거의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났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10%대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제침체가 질서의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와 자본의 의지를 부상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같은 경향은 대중으로 하여금 본질보다는 표면적인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을 이끌어 간다.
재임기간 수개월에 불과한데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과제 중 일부는 진정성이 있다는 여론도 나온다. 수질개선이 시급한 4대강 정비사업의 경우 꼭 대운하와 연관지어 반대해야 하느냐며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다는 보수진영의 개혁세력 비판론도 탄력을 얻을 조짐이다. 이에 따라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3당 '민주연합' 제언도 정치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김대중+김정일(DJI)' 연대라는 주홍글씨를 매긴 해묵은 헌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경제위기에 주눅든 대중에게 밀려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정권교체 이후 대중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 담화자가 진중권 교수 이외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한국정치의 역설은 정당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식대중의 산실 블로고스피어(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등)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사이에 자료 유출 논란의 진위와 자료열람권 보장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전직과 현직 사이의 갈등이기 이전에 '노무현'이란 정치 지도자의 '봉하마을 이후'를 가늠케 한다는 대목에서 유의할만하다.
사실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은 친노 지지층에겐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서울과 떨어진 터라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좀더 공세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해주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직접적인 현실정치 개입보다는 현재의 방식에 매료되는 형국이다. 즉, 봉하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이 유쾌하고 서민적인 행보를 펼쳐 보이면서 대중적 호감도가 재임중보다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2.0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남의 지역민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구현되는 생활정치야말로 진정한 미래 정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삶과 집권기의 행적은 현직 대통령과 곧잘 대비되면서 회자되고 있다. 밀어 부치기식 정치행태가 닮았다는 지적도 있고, 또다른 측면에서는 소통의 유무에 따라 상반된다는 평도 나온다.
한데 이제는 전·현직 대통령을 비교할 때 한 가지 더 우열을 가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옛 친구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은 한 마디로 노무현 콘텐츠의 강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당시 '눈물'을 흘렸던 영상이나 봉하마을에서 친구와 포옹하는 사진 역시 일관성을 갖는다. 한없이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던지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메시지 그 이상의 '감동'을 준다고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이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갖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권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박정희식' 모방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는 진단이 곁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인공섬 팜아일랜드 건설 현장 방문 때나 2006년 10월 독일 방문 모습은 대표적인 이미지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이명박'과 밀짚 모자를 쓴 '노무현'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표출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한 컨셉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혹은 아직 극복이나 완화의 기미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일방적이며 지시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브랜드의 심각한 정체(停滯)라고 할만하다.
특히 2개월여 이상 진행되는 촛불시위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처신을 고수했다. 상호소통적이며 공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노 전 대통령에 비하면 콘텐츠 연출력이 크게 뒤쳐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콘텐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말만 앞선다거나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 인터넷을 잘 아는 전직 대통령과 인터넷을 잘 모르는 현직 대통령 모두 아주 불명예스런 '별칭'이 따라붙는다는 약점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대통령 사이의 가치 지향이 아주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DJ-노무현 콘텐츠에 유사성이 발견되는 반면 노무현-이명박은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다.
이때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한국사회에 무엇을 기여했는가라는 냉정한 평가가 있기도 전에 추억에만 동조하는 사회는 결코 생산적이라고 볼 수 없다.
비록 노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대중과 만나면서 감동을 주고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진화하기는 한계가 명백하다. 나머지 많은 부분은 이 대통령의 몫이다.
설사 이 대통령이 새로운 가치를 담는 콘텐츠를 제시할 능력과 태세가 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실정치에서 그 해답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역량과 위상을 사회화하기 이전에는, 그리고 그것을 일정하게 합법공간으로 견인해내기 이전에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그는 역사의 전면에서 퇴임한 한 정치 지도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의 장점도 수용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의 프레임에 이 대통령이 동승해서는 절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21세기에 부합하는 가치와 철학을 제시할 역사적 책무가 있어서이다. 그가 단지 어떤 정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임을 지향하는 한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감동'을 주고 있다면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감동의 콘텐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난 수개월여의 집권기간에 대한 통절한 성찰의 기초 위에 설 때 가능하다. 그래야 국민은 이 대통령과 현 정부에 감동할 준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덧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은 각각 2007년 4월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 들러 인공섬인 팜아일랜드 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때와 2006년 10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사진 출처는 각각 뉴시스와 중앙포토의 것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의 것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늘 기록열람과 관련해서 이명박 현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날렸다. 내용이야 전임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기록조차 편하게 열람할 수 없는 제도에 대한 개선과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임대통령에 대한 예우문화를 만들겠다는 말과는 달리 실제론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일종의 항의문이었다. ㅇ[전문] 盧전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여튼 노 전대통령의 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이 편지는 짧은 기간내에 실정에 실정을..
집권당이 된 한나라당은 지난 1월 21일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심사위원회,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지원위원회, 삼청교육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위원회,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노근리사건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 등 9개 과거사 위원회의 폐지를 담은 법률 제개정안을 제출했다.(물론 위원회들을 통폐합하고 18대 국회에서 폐지 축소 문제를 다루기로 하는 등 여운을 남기긴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위원회는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지된다. 하지만 활동시한이 끝나기 전에도 과거사 위원회의 활동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앞으로 관련 부처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 또 확보된 예산이 있는 올해는 넘어간다지만 이후에는 예산 배정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위원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산적해 해당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잇따를 조짐이다.
2,6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회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던 제16대 회기말인 2004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의거 아직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무책임한 폐지결정을 철회하고 2010년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는 평균적으로 진정 건수의 최대 30%만 처리한 상태라 갑갑한 상황이다. 올해 말 문을 닫아야 하는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년여 동안 총 600건의 진정이 들어왔지만 1월 말 현재 150건을 처리한 데 그치고 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규명위원회는 총 22만건이나 확인을 요구해왔지만 완료된 것은 7만건에 불과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도 1만건이 넘는 국민의 요청이 들어왔지만 고작 10%만 해소했다.
최근까지도 친일파 재산의 국가귀속에 기여하고 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의 경우는 내년부터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총 1000건의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에 착수 현재까지 300건 이상을 정리한 친일반민족행위도 내년 5월의 운영시한까지 손을 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그나마 과거의 불행하고 왜곡된 역사에 대해 진실을 짚어 나간 노력들을 이젠 더 이상 진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사 위원회 폐지 추진의 이유를 유사 중복을 없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과거사 위원회 폐지를 밝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은 과거사 위원회의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과거사 위원회 측은 폐지 사실은 언론 발표를 통해 알게 됐고 인수위가 업무진행 상황을 물어온 적도 없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폐지가 거론되는 과거사 위원회는 문을 닫게 되더라도 다른 부처로 업무가 이관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늦게서야 수술을 시작해놓고 그마저 병원장이 바뀌었다고 중간에 수술을 그만둘 수 있느냐. 우리의 뜻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국가가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는 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협의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사천리로 추진되는 과거사 위원회의 퇴장은 교훈이 없는 역사를 후대에게 남기는 것으로 국가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사 위원회 폐지 흐름에 대해서 우리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전해온 언론계가 역사를 제대로 기록, 비평했더라면 오늘날 과거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시간은 줄었을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지식인을 포함 언론계가 역사의 교훈을 오늘에 되살릴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역사도 후회없는 미래의 길을 걸을 수 있고, 언론도 역사의 견책으로부터 홀가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은 여전히 남아 있다. BBK 특검과 삼성 특검 같은 대형 시한폭탄이 꺼지지 않은 채 째깍거리면서 대회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데다가 총선을 앞두고 기싸움이 한창인 정치권의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 개입한 지식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은 편이다. 사실 제17대 대선은 시작도 전에 여론조사에 의해 미리 승부가 끝나버렸지만 결정적 고비 때마다 언론의 특정 후보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대통령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을 검증하기보다는 일찌감치 여론조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 유권자의 눈과 귀를 막았다는 것이다. 반면 그때그때 훈수를 두고 길을 인도하거나 집중포화를 퍼부어 후보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 세운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민심이 대통령을 선택하기 이전에 언론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현재 일부 언론은 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노선에 동조하면서 국민의 현실인식과 감정을 추월한 채 새 질서와 모럴을 성급히 구조화하는 데 앞장서기까지 하고 있다.
이런 언론이 지난 5년 내내 노무현 대통령은 처절하게 유기해온 것 아니냐는 질타도 받고 있다. 집요할 정도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물고 늘어져 불필요한 의혹만 부풀렸다는 것이다. 가령 지역분권정책, 남북협력정책 등 가능성과 정당성을 갖는 참여정부의 시도는 철저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또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둘러싼 권력과의 충돌은 본질 보다는 감정전을 주도했는 평가도 있다. 특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도 선거와 결부지어 정치적 음모론만 부추겨 미래지향적 의미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 대신 "모든 잘못된 결과는 노무현 때문"이라는 빈축의 변주곡만 신문지면을 메꿨다.
이 과정에서 보도의 합리성, 공평성 보다는 교묘한 왜곡이 행간과 화면 사이에 녹아 들었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와 같은 권력계를 향한 승부처에서 번번히 일어났다. 공동체를 위한 통시적 접근은 없었고 오로지 좁은 정파주의만 넘쳤다.
그런데 정작 대선 이후에는 한국 언론의 자기 만족도가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현직 언론인이 정치계로 뛰어든 이번 대선이 끝난 뒤 한 유력지 기자는 "올해엔 편파시비가 별로 일지 않았던 것 같아서 홀가분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한국 언론 스스로 긍지를 가지는 사이 시중 여론은 반발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비록 이번 대선 승부를 결정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UCC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2007년의 사자성어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말을 원용하며 한국 언론을 꾸짖고 있어서이다.
진실을 좇는 의무를 포기한 채 유한한 권력과의 ‘스킨십’에 빠진다면 명(命)을 재촉할 뿐이라는 점을 언론계는 유의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도 언론은 대통령 즉, 권력을 만들고 또한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지성으로부터 신뢰를 점점 잃는다면 언론의 미래는 그 어디에도 없다. 2007년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언론도, 포털도 아니라 블로그였다. 이것으로 전통 언론이 돌이킬 수 없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블로고스피어는 이제 정치권력도, 재벌도, 언론도 그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비판할 수 있는 소통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이 그 자리를 계속 빼앗긴다면 배는 불러도 결코 만인의 축하는 받지 못할 것이다. 새 해에는 스스로 성찰하고 혁신하는 언론과 기자의 탄생을 간절히 기대한다.